"평일엔 삼각김밥·주말엔 20만원 위스키"...올해의 食 트렌드는?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입력 2023-03-07 14:20   수정 2023-03-07 15:13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기업의 소비자 분석은 매우 중요해졌다. 연령이나 성별이 같다고 해서 소비 습관이 비슷한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사회를 일컫는 ‘나노사회’라는 용어의 등장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 1위 식품제조회사 CJ제일제당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트렌드를 연구하는 전문 조직 ‘트렌드 인사이트팀’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 ‘마케팅 리서치 센터’로 출발한 이 팀은 당시 대표이사 직속 팀으로 운영되면서 지난 25년간 소비자 사이에서 도는 트렌드를 파악해왔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트렌드 연구 조직 규모는 업계에서 가장 크다.


발로 뛰는 트렌드 전문가들
트렌드 인사이트팀의 경쟁력은 ‘덕질’에서 나온다. 덕질이란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대상에 빠져 관련된 것들을 수집하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덕질을 하는 사람들은 ‘덕후’라고 부른다. 트렌드 인사이트팀에서는 18명의 덕후들이 모여 트렌드를 잡아낸다.

이 과정에서 개별 관심사가 반영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식품회사 직원들이지만 취미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온갖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는 프로틴 덕후, 출시되는 신제품마다 직접 사용해보는 리뷰왕, 전자 기기에 관심이 많은 기계 덕후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발로 뛰는 것. 오프라인 매장,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양한 공간에 방문해 소비자들을 관찰한다. 트렌드 인사이트팀을 이끌고 있는 임영하 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니즈(needs·필요한 것) 뿐만 아니라 원츠(wants·갖고 싶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직접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각자가 발견한 작은 트렌드들을 공유하면서 큰 트렌드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치즈맛떡볶이가 유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면 단순히 치즈맛 제품을 출시하자는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치즈의 식감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제품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팀장은 “여러 트렌드 중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메가 트렌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품회사인 CJ제일제당이 트렌드를 제품에 녹일 방법까지 고민한다”고 전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햇반 플랜테이블 그레인보울’은 사내벤처와 함께 협업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신제품이다. 쌀 대신 병아리콩, 고구마, 강낭콩 등을 익혀 넣어 밥에 얹어 먹거나 샐러드 토핑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올해 국내 식문화 트렌드는?
트렌드 인사이트팀은 매년 한국만의 식문화 트렌드를 내놓는다. 2만여명의 소비자 분석을 통해 발표한 올해의 식문화 키워드는 ‘JUMP’다. △미식의 즐거움(Joyful) △유용한 집밥(Useful) △가치소비(Meaningful) △음식 궁합(Pairing)으로 정리된다. 맛있으면서도 간편한 식사로 건강을 관리하기를 원하고, 음식간의 궁합을 생각해 끼니를 구성하며, 환경을 고려한 제품 용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취식 횟수가 감소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CJ제일제당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식사 횟수는 2019년 2.84회에서 2021년 2.69회로, 끼니당 메뉴 수는 2.99개에서 2.89개로 줄었다. 과거에 비해 탄수화물 함량은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제품을 찾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임영하 팀장은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지면서 레스토랑 간편식(RMR)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20대~30대 사이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와 프리미엄 소비가 공존한다고도 파악했다. 한정된 예산에서 계획적인 소비를 하되,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강희 트렌드 인사이트팀 스페셜리스트는 “젊은 세대들은 주말에 20만원짜리 위스키를 마셨다면 평일에는 삼각김밥으로 때워도 개의치 않는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니 외식을 줄일 것이란 과거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했다. 트렌드 인사이트팀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하나로 묶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연령보다는 기혼 여부, 자녀 유무, 가족 구성원 수 등 여러 변수가 음식 취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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